이 글을 읽은 분들은 스스로의 조건에 대한 메타인지가 이루어진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이전 글을 읽지 못하셨다면 이 글을 읽고 오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제 당신은 모 결혼정보회사에 상담 전화를 걸었고, 상담 매니저분과 미팅 약속도 잡은 상태입니다. 하지만 정작 상담에 가서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는 감이 안잡히죠. 아래 사례들은 인터넷에서 찾은, 대부분의 여러분처럼 감을 잡지 못한 사례들입니다.
이 분은 연봉, 직업이 아닌 가치관이나 성격을 이상형으로 꼽아 종교, 보수, 딩크 등의 조건을 이야기하고 싶다고 하십니다. 일단 첫번째로, 제가 드는 의구심은 정말 이분이 본인 뜻에 맞는 가치관을 가진 남자이기만 하다면 어떤 조건도 상관 없다고 생각하실까요? 매니저님이 '어머 회원님~ 회원님께 딱 맞는 일등신랑감을 찾았어요!! 제가 직접 뵌 분인데 가치관이 아주 딱이에요!' 라며 달려왔을때, 그 남자가 10살 많은 배나온 대머리에 초졸 무직이어도 소개해주셔서 감사하다고 할까요? 그렇지 않다에 제 100만원을 겁니다. 이 여자분은 나머지 조건은 최소 사람답길 바라면서 가치관까지 본인 입맛에 100% 맞길 바라는 분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 다만 말씀하신 내용 중 종교와 딩크는 결혼정보회사에서 걸러주는 부분이긴 합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결혼정보회사에서 다루기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그 사람의 자기소개를 보고 판단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분은 '외모 때문에' 결정사에 가도 되냐는 말씀을 하고 계십니다. 아쉽게도 매니저님들도 100% 서로 실물을 보는 것이 아니고 '하얀 두부상'에 대한 이미지도 사람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조건은 충족하기 어렵습니다. 반대 케이스로 남성분들중에 결혼정보회사 가서 가슴 큰 여자 해달라고 하는 경우들 있으신데 (실제 이런분 만나봄. 허구 아님) 매니저는 사진으로 보이는 것 말고는 여자분들 가슴사이즈 모릅니다. 남성분들이 흔히 요청하는 '단아한, 수수한 이미지의, 얌전한, 제눈에는 예쁜 == 객관적 예쁨' 조건도 매니저님이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제 취향이기만 하면 됩니다' 같은 소리는 제발 STOP. 그 여자는 당신만의 취향이 아닙니다. 남자 10명을 데려다 놓으면 7명은 괜찮다고 할 여자입니다. 여자분들도 '잘생기지는 않아도 관리된 몸매에 눈이 가로로 길고 T존이 뚜렷한 스타일'같은 소리 좀 집어치우시길 바랍니다. 제가 정말 많이 들어본 얘기인데 저 특성에 해당하는 남자가 잘생기지 않은 것이 더 힘듭니다. 남녀 모두 제발!!
'성격이나 외모는 어떻게 설명해야 해?' 라는 질문에 정확히 답변해드리겠습니다. 성격은 자기소개글로 보시고, 외모는 프로필 사진을 통해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렇기에 프로필 사진을 보여주지 않는 결정사는 절대 비추합니다. 뭘 믿고 나갑니까? (메이저 노블사, 대형사중에 한 곳도 프로필을 보여주지 않는다고 함) 인상은 생각보다 엄청나게 중요합니다. 상담 자리에서 당신이 이상형 성격을 장황하게 늘어놓아봤자 당신에 대한 매니저님이 가진 이미지만 "더럽게 까다로운 사람"으로 박힐 뿐입니다.
그럼 당신은 상담때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할까요?
첫번째, 숫자로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숫자로 말한다.
여기에는 연봉, 자산, 키, 나이가 포함됩니다.
두 번째, 그룹으로 말할 수 있는 부분은 그룹으로 말한다.
여기에는 학벌(SKY 등), 거주지(예, 강남권), 집안(중산층, 엘리트, 자산가), 직업(대기업, 전문직 등)
마지막, 정량적으로 표현이 안되는 부분은 해당 특성을 가진 직업군으로 커버한다.
예쁜여자 바랄 시 : 스튜디어스, 아나운서, 기상캐스터(의사 직업에 아나운서 외모인 여자좀 찾지 마시고)
이렇게 하고도 표현이 안되는 부분은 자기소개서와 사진에서 확인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1순위로 주의해야 할 점은 지난 시간에 배운 것처럼 '위에서 말한 조건의 총점이 내가 가진 총점을 넘으면 안됩니다!' . 이것이 가장 중요한 사실입니다.
배운대로 예시를 들어볼까요? 여성의 경우 일례로 아래와 같은 식으로 말씀하시면 됩니다.
저는 연봉 7,000만 원 이상에 자산은 2억 이상, 키 172cm 이상, 나이는 저보다 6살 위까지 보려고 합니다.
학벌은 서성한라인까지 괜찮고, 서울 내 거주자였으면 좋겠어요. 집안은 노후대비만 된 중산층이면 좋습니다. 직업은 공기업보다는 소득이 높은 대기업, 전문직, 개인사업 선호합니다. 그리고 탄탄한 가업승계자일 경우 학벌이나 나이는 내려놓을 수 있습니다.
남성의 경우 아래와 같은 사례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저는 여자 연봉은 5,000만 원 이상, 자산은 중요하지 않고 대신 키큰여자가 좋아서 165cm 이상이면 좋겠습니다. 나이는 2~3살 연하 이상은 보고 싶어요. 학벌은 인서울 이상이면 좋겠고 같은 서울지역 거주자에, 본가도 서울인 분을 선호합니다. 직업은 소득만 5,000만 원 이상이면 무관한데 안정적인 직업을 선호합니다. 프리랜서는 비선호합니다. 단, 사학연금 나오는 경우 5,000만원 미만이어도 괜찮습니다.
감이 잡히시죠? 이제 결혼정보회사 상담에 가서 '눈이 예쁜 사람(쌍커풀이 있는 사람으로 치환)', '아이들을 좋아하고 가정적인 남자', '가치관이 건강한 사람'과 같이 매니저님께 한순간에 골칫덩이로 낙인찍힐 수 있는 이야기는 하지 맙시다. 결혼정보회사는 백마탄 유니콘 왕자/공주를 찾는 곳이 아닙니다. 당신이 여태까지 살면서 포기할 수는 없지만 대놓고 물어보기 곤란한 조건들을 미리 확인해줘서 더 안전하게 사랑에 빠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입니다. 이 문장 언제나 유념하면 좋은 가이드라인이 될 것입니다.